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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꾸미 에기 고르는 법 (두족류 색각, 밝기대비, 에기조합)

by 따듯한콜라 2026. 10. 14.

에기 코너 앞에서 30분 넘게 서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주황이 대박이라는 말도 들었고, 야광은 무조건 있어야 한다는 말도 들었는데, 막상 집어 들려니 기준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색깔별로 한 바구니를 채워서 배에 올랐다가 옆자리 조사님한테 뒤통수를 맞은 게 시작이었습니다. 쭈꾸미는 애초에 색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는 사실, 그리고 에기는 색이 아니라 세 가지 다른 축으로 골라야 한다는 것을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두족류 색각, 쭈꾸미는 정말 색을 못 볼까

일반적으로 에기 색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찾아보니 이야기가 좀 달랐습니다. 문어·오징어·갑오징어 같은 두족류(頭足類)는 광수용체(光受容體), 쉽게 말해 빛을 감지하는 세포가 한 종류뿐이라는 것이 학계의 기본 견해입니다. 색을 구분하려면 최소 두 종류 이상의 광수용체가 필요한데, 두족류는 그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완전 색맹에 해당합니다.

연안에 사는 두족류는 청록색 파장에 반응하는 색소 하나만 갖고 있어서 세상을 명암(明暗)으로만 본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행동 실험에서도 색 구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사례들이 보고됐다고 합니다(출처: Current Biology, 2016). 제가 이 부분을 처음 읽었을 때 솔직히 좀 허탈했습니다. 그동안 수박이냐 주황이냐 고민하던 시간이 떠올라서요.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2016년 미국 연구진은 두족류 특유의 U자·아령 모양 동공이 색수차(色收差)를 활용해 색을 어느 정도 가려낼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색수차란 파장에 따라 빛의 굴절 각도가 달라지는 현상으로, 렌즈 모양을 조절해 이 차이를 색 정보로 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 가설은 아직 실험으로 검증되지 않은 이론 단계입니다. 또 한 가지, 두족류는 사람이 감지하지 못하는 편광(偏光)을 감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편광이란 특정 방향으로 진동하는 빛을 말하는데, 이것이 에기 선택에서 반사 계열이 효과를 내는 이유와 연결될 수 있다고 제가 보고 있습니다.

다만 위 연구들은 문어·갑오징어 등 두족류 전반을 다룬 것이고, 쭈꾸미만 따로 실험한 결과는 제가 찾지 못했습니다. "쭈꾸미도 같은 시각 구조일 가능성이 높다"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정직한 태도일 것 같습니다.

  • 광수용체 한 종류 → 색 구분 불가, 명암만 인식
  • 청록색 파장에만 반응하는 단일 색소 확인 (행동 실험 다수)
  • 색수차 활용 가설 존재하나 미검증 이론 단계
  • 편광 감지 능력 확인 → 반사 에기와의 연관성 주목
요약: 쭈꾸미를 포함한 두족류는 광수용체가 한 종류뿐이라 색 구분이 어렵고, 에기 색보다 밝기·반사·발광이 실질적인 변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밝기대비·반사·발광, 에기 조합을 바꾼 기준

배 위에서 옆자리 조사님이 연신 쭈꾸미를 올리는 동안 제 채비엔 아무 소식이 없었습니다. 제가 주황 야광 에기 세 개를 나란히 달고 있을 때, 조사님은 어두운 에기, 레이저 에기, 야광 에기를 하나씩 섞어 달고 있었습니다. "같은 걸 셋 달면 같은 신호만 세 번 보내는 거예요"라는 말이 머릿속에 박혔습니다. 게다가 저는 봉돌이 바닥에 닿는 감각, 즉 착저(着底) 느낌을 제대로 못 잡아서 에기가 바닥에서 붕 떠 있었던 겁니다. 착저란 채비가 수중 바닥에 닿는 순간을 손끝으로 감지하는 기술로, 쭈꾸미 입질의 대부분이 이 바닥층에서 나오기 때문에 에기 색보다 훨씬 먼저 익혀야 할 감각입니다(출처: 국립수산과학원).

그날 이후 에기를 고르는 기준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색 이름은 잠시 내려두고, 세 가지 축으로만 봅니다. 첫째는 밝기 대비입니다. 흰색·누드처럼 밝은 톤과 국방색·적색처럼 어두운 톤으로 나뉩니다. 빨간빛은 수중에서 가장 먼저 흡수되기 때문에, 빨간 에기는 "빨강"이 아니라 진한 실루엣으로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빨간 에기가 잘 먹힌다는 경험담이 색 때문이 아니라 밝기 대비 때문일 수 있다는 게 제 해석입니다. 둘째는 반사입니다. 레이저 필름이나 틴셀처럼 빛을 강하게 튕겨내는 에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두족류의 편광 감지 능력과 연결되는 부분이라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하는 축입니다. 셋째는 발광입니다. 야광(축광)이나 케이무라(UV 형광) 처리된 에기가 여기 들어갑니다. 야광은 빛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스스로 방출하는 방식이고, 케이무라는 자외선을 가시광선으로 변환해 발광하는 방식으로 원리가 다릅니다.

이 기준으로 제 에기 통을 펼쳐봤더니 33개 중 23개가 야광 표기였습니다. 발광 축은 이미 꽉 찬 셈이었고, 발광 없이 반사만 하는 에기는 씨넥스 쪼꼬미 10개뿐이었습니다. 색 이름만 보고 샀는데 이렇게 한쪽으로 몰려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꽤 흔한 상황일 겁니다.

한 채비에 에기를 섞는 기준

선상 쭈꾸미는 봉돌 위로 에기를 2~3개 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기준은 단순합니다. 같은 축을 두 번 달지 않는 것입니다. 레이저 두 개를 달면 같은 신호를 두 번 내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반사 하나, 어두운 톤 하나, 발광 하나를 섞으면 한 번 내릴 때 세 가지 신호를 동시에 시험해 볼 수 있습니다. 입질이 한쪽 에기에 몰리면 나머지를 같은 축으로 한 개씩 교체해 보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한 번에 다 바꾸면 무엇이 통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요약: 에기는 밝기 대비·반사·발광 세 축으로 나누고, 한 채비에 같은 축을 겹치지 않게 조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쭈꾸미가 색을 못 본다면 에기 색은 아예 신경 안 써도 되나요?

A. 색 자체보다는 그 색이 만들어내는 밝기와 대비가 중요합니다. 빨간색이 잘 먹힌다는 경험담도 있지만, 제 해석으로는 빨간빛이 수중에서 빨리 흡수되어 진한 실루엣이 되는 효과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색 이름보다 밝은 톤인지 어두운 톤인지, 반짝이는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Q. 야광 에기는 무조건 챙겨야 하나요?

A. 이른 아침이나 수심이 깊은 포인트에서는 발광 에기가 유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에기 통 전체를 야광으로 채우면 발광 축에만 몰리게 됩니다. 제가 직접 펼쳐보니 33개 중 23개가 야광이었는데, 이 상태에서는 세 축을 골고루 시험하기 어렵습니다. 야광 없는 반사형 에기를 한두 개 섞어두는 것이 검증에도 도움이 됩니다.

 

Q. 케이무라와 일반 야광은 뭐가 다른가요?

A. 일반 야광(축광)은 빛 에너지를 저장해 어두운 곳에서 스스로 방출하는 방식입니다. 케이무라는 자외선(UV)을 받아 가시광선으로 변환해 발광하는 형광 방식으로, 수중에서 자외선이 도달하는 밝은 환경에서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발광 축이지만 작동 조건이 달라서, 가능하면 두 종류를 나눠 담아두고 상황에 따라 달리 써보는 것이 제 방식입니다.

 

Q. 에기 사이즈는 색보다 더 중요한가요?

A. 제 경험상 사이즈는 색보다 확실한 변수입니다. 색을 구분하지 못해도 크기와 실루엣은 인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9월 초반에는 55mm 전후를 주력으로 쓰고, 시즌이 깊어질수록 쭈꾸미 씨알이 커지는 만큼 70~75mm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결론

쭈꾸미는 광수용체가 한 종류라 색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 현재 학계의 기본 견해입니다. 그렇다면 에기 선택의 진짜 기준은 색 이름이 아니라 밝기 대비·반사·발광 세 축이 됩니다. 한 채비에 같은 축을 겹치지 않게 섞는 것, 그리고 입질이 몰리는 쪽을 한 개씩 늘려가며 확인하는 것이 이번 시즌 제가 적용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에기 색보다 먼저 잡아야 할 것은 착저 감각입니다. 봉돌이 바닥에 닿는 느낌을 손끝으로 제대로 읽지 못하면, 어떤 에기를 달아도 쭈꾸미 앞에 머무는 시간 자체가 짧아집니다. 제가 첫 출조에서 가장 크게 놓쳤던 부분이 바로 이 감각이었습니다. 에기 통을 사기 전에 한 번 이 기준으로 지금 가진 에기를 펼쳐보시는 것만으로도 다음 출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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