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밤낚시가 그냥 낮낚시보다 시간대만 다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두우면 물고기도 잘 못 보니까 오히려 미끼를 더 쉽게 덥석 물지 않을까, 그런 단순한 논리였죠. 그 생각이 얼마나 틀렸는지는 첫 밤낚시에서 비닐봉지를 건지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밤에 물고기가 잘 안 잡힌다면, 대부분 낮낚시 방식을 그대로 밤에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밤낚시에서 먼저 알아야 할 야행성 어종
처음 방파제 밤낚시를 나갔을 때, 친구가 "밤에는 큰 놈이 나온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믿고 기대를 잔뜩 품었는데, 결과는 망상어 한 마리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문제는 기대가 아니라 어종을 몰랐다는 데 있었습니다.
밤낚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어종별 활동 패턴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태생적으로 야행성인 어종입니다. 갈치, 붕장어, 오징어, 한치, 호래기 같은 고기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녀석들은 계절이나 수온과 관계없이 원래부터 밤에 먹이 활동을 하도록 설계된 어종입니다. 낮에 아무리 포인트를 잘 잡아도 이 어종은 거의 낚이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계절에 따라 활동 시간대가 바뀌는 어종입니다. 농어, 참돔, 벵에돔, 긴 꼬리벵에돔이 대표적입니다. 수온이 높고 물이 맑은 여름과 가을에는 밤에 더 활발히 움직이고, 물이 탁하고 수온이 낮은 겨울과 봄에는 낮에 잘 낚입니다. 저도 이걸 모르던 시절에는 한여름 대낮에 찌를 던지며 왜 벵에돔이 안 나오냐고 답답해했습니다.
세 번째는 특수한 시기에만 밤낚시가 유효한 어종입니다. 감성돔은 평소에는 낮 어종이지만, 8월 말에서 9월로 넘어가는 이동 시기에는 방파제 야간 낚시에서 굵은 씨알이 올라옵니다. 또 돌돔은 밤에 거의 안 잡힌다고 알려진 어종인데, 제가 다녀온 신안군 만재도의 경우 7월에서 9월 사이에는 낮보다 밤에 굵은 돌돔이 마릿수로 낚입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상식과 실제 현장은 꽤 다른 경우가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 완전 야행성: 갈치, 붕장어, 오징어, 한치, 호래기 — 계절 무관, 밤낚시 필수
- 하절기 야행성: 농어, 참돔, 벵에돔, 긴꼬리벵에돔 — 7~9월 밤낚시 효과적
- 시기 한정 야행성: 감성돔(이동기), 돌돔(강계 7~9월) — 타이밍이 핵심
밤낚시 수심 전략 — 낮과 완전히 달라야 한다
제가 처음 밤낚시에서 계속 실패한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 낮낚시와 똑같이 바닥을 긁고 있었다는 겁니다. 10m짜리 깊은 포인트에서 채비를 바닥에 깔아 두고 기다렸으니 당연히 입질이 없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밤이 되면 물고기들의 수층(水層), 즉 물속에서 물고기가 활동하는 깊이 구간이 낮과 확연히 달라집니다. 낮에는 조류가 빠르고 수심이 깊은 바닥 근처에서 먹이를 찾지만, 밤에는 얕고 조류가 느린 상층부로 올라옵니다.
그 이유는 가시성(可視性) 때문입니다. 가시성이란 물속에서 먹잇감을 얼마나 잘 식별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밤이 되면 깊은 곳은 완전한 어둠이지만, 수면 근처는 하늘빛을 받아 상대적으로 밝습니다. 포식어들은 자신의 몸은 어두운 곳에 숨긴 채, 수면 실루엣으로 드러나는 먹잇감을 노립니다. 제가 직접 야간 스노클링에서 경험해 봤는데, 아무리 어두운 밤이라도 수면을 올려다보면 작은 물고기들의 검은 실루엣이 생각보다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래서 달이 없는 깜깜한 밤에는 볼락, 농어, 전갱이 같은 회유성 어종뿐 아니라 벵에돔, 참돔처럼 평소 바닥권을 노리는 어종도 수심 2~3m 이내 상층부에서 활발히 입질합니다. 심한 경우 수심 50cm에서 1m 사이에서 입질이 터지기도 합니다. 저는 제주도 방파제 내항에서 민장대 찌낚시로 수심 50cm를 주고 석축에 바짝 붙여 벵에돔을 여러 마리 낚은 적이 있는데, 처음에는 저 자신도 믿기 어려웠습니다.
수면 낚시(表層 釣法)라고도 불리는 이 방식은 밤낚시에서 입질이 없을 때 가장 먼저 시도해볼 수 있는 전환점입니다. 여기서 표층 조법이란 찌 수심을 1~3m로 극단적으로 얕게 설정해 물고기가 떠 있는 상층부를 집중 공략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출처: 국립수산과학원의 어류 행동 연구에 따르면, 수온이 높은 시기일수록 포식어의 수직 이동 범위가 넓어지며 야간에 상층 집결 경향이 강해진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
수중 턱을 노리는 것이 밤낚시의 핵심이다
밤낚시에서 상층부를 노린다는 것만 알았을 때, 저는 또 다른 벽에 부딪혔습니다. 얕은 수심을 줬는데도 감성돔이나 참돔처럼 바닥 지향성이 강한 어종은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때 현장에서 배운 것이 바로 수중 턱(水中 段差) 공략이었습니다.
수중 턱이란 수중 지형에서 계단처럼 꺾이는 경계면을 의미합니다. 수심이 8m에서 갑자기 4m로 얕아지는 지점, 혹은 측벽이 아닌 계단식으로 형성된 바위 구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밋밋하게 45도로 깊어지는 바닥보다 이런 수중 턱이 있는 포인트에서 입질 빈도가 훨씬 높습니다. 아마도 포식어들이 수중 턱 아래 어두운 곳에 매복했다가 턱 위로 지나가는 먹잇감을 공격하기 좋은 구조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최근에 다녀온 만재도 야간 낚시에서 이를 직접 확인했습니다. 처음에는 수심 3m를 노리다가, 미끼를 살짝 들어 올릴 때 돌돔이 피딩(Feeding)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여기서 피딩이란 물고기가 먹잇감을 활발히 쫓아 먹는 상태를 뜻하며, 이 신호가 오면 수심을 더 올려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수심을 3m에서 2m로 줄였더니 같은 포인트에서 돌돔이 훨씬 더 많이 낚였습니다. 수치로 보면 고작 1m 차이지만, 실제 결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추자도에서는 다리 밑 조황(釣況)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짬낚시를 나섰다가, 수심 1m짜리 수중 턱 바로 뒤에 채비를 붙이고 감성돔 다섯 마리를 연달아 낚은 적도 있습니다. 여기서 조황이란 그날 낚시터의 물고기 잡히는 상황을 가리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밤낚시 포인트를 고를 때 반드시 수중 지형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짚어둘 것이 있습니다. 수중 턱이나 상층부 공략은 인기척과 불빛에 매우 취약한 포인트를 노리는 전략입니다. 채비 정리나 미끼 교체를 할 때 랜턴 불빛이 수면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제 첫 밤낚시 때 랜턴을 켜고 미끼 찾으러 바닥을 비추다 수면에 빛이 들어갔는데, 그 이후 한동안 입질이 완전히 끊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출처: 국립수산과학원 어종정보에서도 감성돔, 벵에돔 등 갯바위 대상어들이 빛과 진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밤낚시는 낮낚시보다 무조건 잘 잡히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밤낚시가 유리한 어종과 시기가 따로 있습니다. 7~9월 수온이 높은 시기에는 농어, 벵에돔, 참돔 등이 야간에 더 활발히 움직이지만, 어종과 날씨, 물때 조건이 맞지 않으면 낮낚시보다 오히려 못 잡을 수 있습니다. 어종 특성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Q. 밤낚시 수심은 얼마나 줘야 하나요?
A. 낮과 동일한 수심을 유지하면 입질이 뚝 끊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달이 없는 어두운 밤에는 수심 2~3m 이내, 조건이 좋으면 1m 이내까지도 시도해볼 만합니다. 처음에 깊게 시작했다가 입질이 없으면 조금씩 수심을 줄여가는 방식으로 탐색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밤낚시에서 랜턴을 써도 되나요?
A. 채비나 미끼 교체 시에는 써야 하지만, 불빛이 수면으로 직접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포식어들은 빛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갯바위 뒤쪽에서 등을 돌리고 불빛을 차단한 상태로 작업하는 것이 좋습니다. 헤드랜턴보다 각도 조절이 가능한 허리 랜턴이 실용적입니다.
Q. 수중 턱은 어떻게 찾나요?
A. 낮에 미리 포인트를 답사하면서 수심 변화를 파악해두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찌를 흘려보내다 찌가 갑자기 살짝 솟거나 가라앉는 지점, 혹은 채비를 바닥에 닿게 했을 때 깊이가 갑자기 달라지는 지점이 수중 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지 낚시점에서 지형 정보를 미리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Q. 밤낚시 초보자가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A. 물고기를 잡는 기술보다 안전 장비가 먼저입니다. 구명조끼와 미끄럼 방지 신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고, 처음에는 반드시 경험자와 함께 나가는 것을 권합니다. 어둠 속에서의 갯바위는 낮과 전혀 다른 환경입니다. 장비와 기술은 두 번째 문제입니다.
결론
밤낚시에서 계속 빈손으로 돌아온다면, 십중팔구 낮낚시 방식을 밤에도 그대로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어종의 야간 행동 패턴을 알고, 수심을 과감하게 올리고, 수중 턱이라는 지형 조건을 활용하는 것, 이 세 가지가 밤낚시의 핵심입니다.
그러나 기술보다 앞서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밤낚시는 낮낚시보다 위험 변수가 훨씬 많습니다. 물고기 한 마리 더 잡는 것보다 무사히 집에 돌아오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저는 처음 밤낚시에서 비닐봉지를 건지며 멍하니 서 있던 그날 밤에 배웠습니다. 구명조끼와 미끄럼 방지 신발을 꼭 갖추고, 가능하면 혼자보다는 동행과 함께 나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