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역사상 가장 큰 차가 부산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볼보 XC40과 동일한 CMA 플랫폼 위에서요. 제가 처음 이 차를 본 건 외식을 마치고 아파트 입구로 들어가던 밤이었습니다. 아들이 갑자기 "저 차 뭐야, 엄청 멋지다"고 소리쳤고, 저도 솔직히
처음엔 외제차인 줄 알았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르노 마크였습니다. 국산차에서 이런 반응이 나온 건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콘셉트카가 그대로 나온 디자인, 실제로 보면 다릅니다
그날 밤 아파트 주차장으로 들어가던 그 차가 르노 그랑 콜레오스 필랑트였습니다. 제가 직접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 차의 디자인은 2023년에 공개된 에투알 필랑트(Étoile Filante) 콘셉트카에서 직접 이어진 것이었습니다. 에투알 필랑트는 불어로 '별똥별'이라는 뜻인데, 이름처럼 뒤쪽을 활시위처럼 날카롭게 잡아당긴 루프라인이 인상적입니다.
국산차 디자인이 아쉬웠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디자이너의 원안이 생산 과정에서 점점 뭉툭해지는 구조적 문제가 컸습니다. 디자이너가 클레이 모델을 완성해도, 이후 엔지니어링·원가·생산성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라인이 하나둘 생략되기 마련입니다. 현대 싼타페의 경우 콘셉트 발표 때 '조선의 디펜더'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실제 출시 차량과의 간극이 너무 컸던 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랑 콜레오스 필랑트는 그 간극이 눈에 띄게 좁습니다. 앞부분의 뭉툭하면서도 날카로운 볼륨감, 그리고 후방으로 갈수록 쭉 뻗어나가는 패스트백(fastback) 형태의 루프라인. 여기서 패스트백이란 루프가 트렁크 끝까지 완만한 경사로 이어지는 차체 형태를 말하는데, SUV에 이 스타일을 적용하면 스포티함과 공간감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 조형 완성도가 저 혼자 느낀 게 아니라는 건, 자동차를 전혀 모르는 제 아들도 밤에 지나치다 멈춰 서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증명해 줍니다.
르노는 유럽에서 현대차 정도의 대중적 입지를 가진 브랜드입니다. 최근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르노 5 전기차와 알핀 모델의 디자인 언어가 이 차와 공유되며, 이를 르노는 '로장주(Losange) 디자인 아이덴티티'라고 부릅니다. 로장주는 르노의 마름모꼴 엠블럼 이름으로, 최근 세대 모델 전반에 걸쳐 새로운 시각 언어를 적용하는 브랜드 리뉴얼 전략입니다.
르노코리아가 '르노 삼성'이라는 이름을 쓰던 시절부터 국내에서 생산을 이어온 만큼, 이 차는 엄연한 국산차입니다. 하지만 디자인과 플랫폼의 출신지를 보면 유럽과 스웨덴, 중국까지 얽혀 있습니다. 국적 논란이 나올 수 있지만, 저는 이게 오히려 이 차의 강점이라고 봅니다. 부산에서 생산되고, 세계 표준의 플랫폼을 쓰는 것이니까요.
- 에투알 필랑트 콘셉트카(2023) → 시판 모델로의 디자인 계승률이 매우 높음
- 르노 차세대 디자인 언어 '로장주 아이덴티티' 적용 — 르노 5, 클리오 신형과 공유
- 패스트백 루프라인으로 SUV에 쿠페적 스타일 구현
- 부산 공장 생산, 한국·중남미·아프리카·중동 시장 공략용 글로벌 전략 차종
CMA 플랫폼, 하이브리드 세팅, 그리고 유지비의 현실
그랑 콜레오스 필랑트가 올라선 플랫폼은 CMA(Compact Modular Architecture)입니다. CMA 플랫폼이란 지리(Geely) 그룹이 볼보와 공동 개발한 모듈식 차체 설계 구조로, 볼보 XC40과 폴스타 2가 동일하게 사용하는 뼈대입니다. 플랫폼의 완성도가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셈입니다. 제가 직접 타보니 이 검증이 허투루가 아니었습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가장 먼저 차의 기본기가 드러납니다. 무르게 흘려보내는 프랑스식 감각과, 충격을 짧고 정직하게 끊어내는 독일식 세팅의 중간 어딘가에 있는데, 불쾌한 여진 없이 쫄깃하게 처리합니다. 전문적으로 표현하면 댐퍼(damper) 세팅과 서브프레임 강성의 균형이 잘 맞는 상태입니다. 댐퍼란 노면 충격을 흡수하고 스프링의 반동을 억제하는 장치로, 이 세팅에 따라 승차감의 질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앞 맥퍼슨 스트럿(MacPherson Strut), 뒤 멀티링크(Multi-link) 서스펜션 조합은 이 가격대에서 최선의 선택지입니다. 맥퍼슨 스트럿은 구조가 단순하지만 경량화와 공간 효율이 뛰어나고, 멀티링크는 노면 추종성이 높아 코너링 안정성을 크게 높여줍니다. 1억 5천만 원에 가까운 에어 서스펜션 장착 차와 비교해도 급이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국내에는 하이브리드 버전만 들어옵니다. 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3단 트랜스미션을 사용하는데, 기어 단수가 낮다고 기술력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변속 충격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고, 시가지 40km 이하 구간에서 전기 모터 주행 비율이 75% 이상이라는 설계 의도 그대로 연비 효율이 작동합니다. 연료 가득 시 주행 가능 거리가 약 1,000km에 근접하는 것도 이 덕분입니다. 공인 복합연비는 르노코리아 공식 사이트 기준 16.0km/L 수준입니다(출처: 르노코리아 공식 사이트).
유지비 측면에서 제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부품 수급과 정비망입니다. 르노코리아는 전국 공식 서비스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대·기아 대비 딜러망 수는 적지만 주요 도시 커버리지는 갖춰져 있습니다. 다만 CMA 플랫폼 기반 부품이 볼보·지리 계열과 일부 공유되는 만큼, 장기적 수급 안정성은 국내 판매 실적과 브랜드의 지속성에 연동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점은 구매 전 냉정하게 따져볼 부분이라고 봅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기아 양강 체제가 굳건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부품 수급과 정비 접근성입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등록 차량의 70% 이상이 현대·기아 차량으로, 정비 인프라가 압도적으로 집중돼 있습니다(출처: 한국교통안전공단). 필랑트가 이 벽을 넘으려면 디자인과 주행성능만큼 사후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 함께 쌓아야 할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르노 그랑 콜레오스 필랑트 가격이 어떻게 됩니까?
A. 트림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최상위 알핀(Alphin) 그레이드 기준 5천만 원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급 국산 SUV와 비교해 경쟁력 있는 가격대이며, 보스(BOSE) 사운드 시스템, 인조 나파 시트 등 고급 사양이 기본 포함됩니다. 정확한 출고가는 르노코리아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Q. 르노 그랑 콜레오스 4륜구동(AWD)은 국내에 들어옵니까?
A. 현재 국내에는 전륜구동(FWD) 하이브리드 버전만 출시 계획이 잡혀 있습니다. 해외 시장에서는 2륜구동 7단, 4륜구동 8단 미션 버전이 존재하지만, 국내 라인업에 4륜구동이 추가될 가능성은 아직 공식 확인된 바 없습니다. 저도 이 부분은 아쉬운 지점으로 느꼈습니다.
Q. 르노 차량 정비는 어디서 받을 수 있습니까?
A. 르노코리아 공식 서비스 센터를 통해 정비를 받을 수 있으며, 주요 도시에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습니다. 다만 현대·기아 대비 정비소 수가 적어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구매 전 거주지 인근 서비스 센터 위치를 먼저 확인해두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CMA 플랫폼이 볼보 XC40과 같다고 하던데, 그만큼 좋습니까?
A. CMA 플랫폼의 기본기는 이미 볼보 XC40과 폴스타 2로 검증됐습니다. 다만 플랫폼이 같아도 서스펜션 세팅, 차체 강성 튜닝, 동력계 조합은 차종마다 다릅니다. 그랑 콜레오스 필랑트의 경우 제가 직접 타보니 플랫폼의 장점이 충분히 살아있다는 느낌이었고, 과속방지턱 통과나 코너링 반응 모두 이 가격대에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결론
아들이 "우리도 저 차 사자"고 했을 때 저는 솔직히 흔들렸습니다. 디자인 하나만으로 구매 욕구가 생긴 국산차는 제 경험상 이 차가 처음이었으니까요. CMA 플랫폼 기반의 탄탄한 주행 기본기, 연비 중심으로 잘 설계된 하이브리드 시스템, 그리고 콘셉트카에 가까운 디자인 완성도까지. 5천만 원대에서 이 조합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현대·기아 중심으로 짜인 국내 정비 인프라 현실은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르노 필랑트가 마음에 든다면, 디자인과 성능을 꼼꼼히 살피는 것만큼 가까운 서비스 센터 위치와 부품 수급 조건도 함께 확인해 보는 것이 합리적인 순서라고 봅니다. 테스트 드라이브는 꼭 해보시길 권합니다. 글로 읽는 것과 직접 과속방지턱을 넘어보는 건 차원이 다른 경험이니까요.